무의식과 몰입

어떤 말을 선택하는가

디더링 2025. 8. 11. 00:30

 

2025년 8월

 

‘통합’에 대한 욕구. 그럴싸하게 포장된 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방식, 지식, 삶이 하나로 연결되어 보이는 한 사람을 마주하며 생긴 호기심이 그 출발점이었다. 그에게 느꼈던 인상은 단지 성숙해 보인다는 정도를 넘어 나에게 이상화된 어떤 상을 자극했다. ‘분석을 받으면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그 물음 뒤에는 내가 오래도록 품어온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깔려 있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그에 걸맞는 알맹이는 내게 없었다. 그럴싸하게 보이는 겉모습을 바란 것인지, 실제로 무언가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사실 그런 물음 자체를 진지하게 해 본 적도 없다. 그저 이루지 못한 꿈을 품은 채, 아쉬움과 원망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모습만 남아있었다. 그저 이런 것들이 뒤섞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곱 살 터울의 동생이 태어난 뒤, 나는 더이상 그들(부모와 동생)의 울타리 안에 함께할 수 없다는 감각을 갖게 되었다. 끼어들 듯 엉덩이를 밀어 넣어 자리를 차지해보려 했지만 밀려났다. 은근하고 무안하게, 슬프고 모호한 방식으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받았다. 아니 그렇게 느꼈다. 그때 나는 그들 안의 틀에서 벗어나 바깥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는 위치로 옮겨졌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떼쓰거나 울부짖는 아이는 아니었다. 밀쳐진 그대로 선 밖에 앉아 입을 삐죽이며, 그저 서러움을 품고 있었다. 그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이름임을 알게 된 건 중학생 시절이었고, 외로움이 느껴지면 스스로가 불쌍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상태가 불쌍해 보이지 않게 하려고 방법을 찾았다. 혼자 기웃기웃 탐험하듯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버스를 타고 늘 내리던 정류장이 아닌 곳까지 갔다 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벗어난 곳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 시도와 도전은, ‘나는 괜찮아’ 보이려는 애씀이었다. 그것이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서서히 변해간 것은 아닐는지.

 

‘나의 완벽한 비서’라는 드라마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사랑 고백을 한 뒤, ‘갑작스럽게 고백을 해서 미안하다. 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 한다. 그 뒤, 자신의 감정을 정리, 처리하기 위해 남자를 외면하고 소외시킨다. 해당 회차에서 남자가 소외당하는 장면들을 보며 너무 슬퍼서 어쩔 줄을 몰랐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저렇게 소외당하는 기분 너무 잘 알아’라는 일차원적인 공감이었지만, 심각하게 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 무엇 때문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소외당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오며 살아왔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아차렸다.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는 ‘있어 보이는’ 태도로 안 그런 척 하려고 노력했다. 외로움이나 공허감, 버림받은 듯한 감정을 느낄 때 마다 ‘괜찮은 척, 있어 보이는 척’ 하며 껍데기를 다듬었다.

의식 수준의 내 입 밖으로 꺼내는 말들은 ‘관계를 원하는 나, 연결된 나, 따뜻한 울타리를 원하는 나’ ‘소외되고 싶지않은 나’였는데, 실제로 반복된 행위는 소외를 스스로 선택했고, 혼자 있기를 반복하며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괜찮은 척, 있어 보이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이건 혼자 있는 게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실제 말해지고 있는 것인가?

나는 줄곧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라고 입 밖으로 말하면서도, ‘사실은 소속되고 연결되고 싶은 것 같아’라고 속으로 말해왔다. 겉으로 관계를 바라고, 연결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늘 혼자 남는 쪽을 선택한다. 입 밖으로 꺼내는 말과 마음 속의 말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 아직 혼동된다. 혼자의 자리를 유지하려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자기 보호와 자기 소외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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