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과 몰입

기어가는 매미

디더링 2024. 8. 24. 12:33

올 여름은 바닥에 있는 매미가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기어가는 매미를 두 번 마주쳤다.
한 번은 밤에 운동하러 나가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 꽤나 천천히 기어가고 있는 매미를 발견했다. 어두운 아스팔트 위의 횡단보도. 목적지가 어디길래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위를 기어가고 있을까.
신호가 바뀌고 나면 차가 밟고 지나갈지도 모르는데. 차가 자신을 밟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예측하기도 어렵겠지. 그렇다고 매미를 들어 옮길 재주나 용기는 없었다.
 
또 한 번은 역시 횡단보도. 시간은 한 낮. 
이번엔 거의 목적지에 도달한 모습처럼 보였다. 횡단보도의 끝에서 한 블럭 너머에 있는 가로수쪽으로 가기 위한 움직임같아 보였다. 그렇게 천천히 결국 나무에 도착했을까.  
 
매미는 6~7년을 땅 속에서 보낸뒤 여름 한 철 살고 떠난다. 한 철 울고 번식을 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나면 바로, 암컷은 부드러운 나무 껍질에 알을 낳고 세상을 떠난다고 한다. 자신들이 낳은 자손들은 보지도 못한 채. 그들에게 번식은 그저 본능이고 임무인 것인가. 알을 낳기 위해 나무로 향해가던 걸까. 아니면 짝짓기를 못했는데 어딘가 다쳐서 기어가던 것이었을까. 
 
생명을 가진 것들의 삶의 일대기를 알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동시에 내 마음 속의 이런저런 것들이 위로 올라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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