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까다롭거나 털털하거나

디더링 2026. 3. 6. 20:21

수십년 전의 일기장을 펼쳐보다가 유치해 죽겠는 와중에 어느 날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안경점 아저씨가 남색 케이스를 주려다가 '예쁜걸로 줘야지' 하면서 연두색을 꺼냈다. 
'이거 괜찮아요?' 
'저 안 가지고 다녀요. 아무거나 주세요.' 하니
'이그 남자.' 라고 한 뒤
'나중에라도 대학가면 까다로운 면이 있어야 남자들이 따르지. 너무 털털한 것도 안 좋아요.' 라고 했다.
 
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학창시절의 내 모습.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던 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내 모습이 아니라고 여기며
가상의 나를 만들어냈던 시절.
최근에도 여전히 그런 말을 듣는다.
'까다로워 보이는데 생각보다 털털하네.'
 
내가 만들어내고 싶었던 이미지상에 갖힌 채 
수십년을 살아왔으니
무엇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는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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